카테고리 없음 2024. 3. 17. 09:35

*가시나무에는 가시가 없는데 왜 가시나무라고 할까?

가시나무는 참나무과로, 뾰족하게 찌르는 가시와 무관하다. 몇 년 전에는 새잎이 나는 모습이 가시 같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왕이 행차할 때 쓰는 깃발을 묶는 가서봉을 만드는 나무라, 가서나무에서 가시나무가 됐다고도 한다. 가시나무는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 지방에서 주로 자라며, 제주도에서는 가시나무열매를 도토리 대신 '가시'라고 부른다. 종류도 붉가시나무, 종시나무, 개가시나무 등 여러 가지다.

신기하게 일본에서도 가시나무라고 한다. 우리말 가시가 건너가 일본어 가시()가 됐다는데,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본어 가시는 참나무 종류인 떡갈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시라가시. 아까가시, 아라가시 등 앞에 여러 수식어를 붙여서 다양한 참나무를 나타낸다. 일본에서 참나무 종류를 가시라 부르고, 그것이 제주도로 전해져서 가시나무가 됐을 수도 있다. 왜 어떤 것의 기원이 무조건 우리나라고 나중에 일본으로 건너갔으리라 생각할까? 그쪽에서 왔을 수도 있지 않나?

요즘 일본어가 우리말에 많이 사용된다. 와사비, 오뎅, 찌라시, 간지 등 일제강점기 잔재가 아니라도 젊은이들이 쓰는 일본어가 많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외국어를 쓰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언어가 한쪽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가서나무에서 가시나무가 된 것 같다는 의견도 추측이다. 제주에서 도토리를 가시라고 하는 것은 가시나무의 열매니까 가시라고 부르지, 가시라는 열매가 달리니 가시나무라 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아직 어디에도 정확한 기록이 없으니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고를 받아들이고 접근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황경택, 숲의 인문학을 위한 나무문답, 황소걸음, 2023, 230-231쪽.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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