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2008. 3. 6. 22:23

천양희 대표시

너무 많은 입 (17쪽)


재잘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재잘댄다 잎들이 많고 입들이 너무 많다


이(李)시인은

마흔살이 되자

나의 입은 문득 사라졌다

어쩌면 좋담,이라 쓰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좋담

쉰살이 되어도 나의 입은

문득 사라지지 않고

목쉰 나팔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좋담?


다릅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다른 소리를 낸다 잎들이 다르고 입들이 너무 다르다




[발문]

1. 재잘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갈참나무의 황해 방언.

2. 마흔살이 되자 입이 사라졌다는 무슨 뜻인가? - 마흔살이 되자 입이 무거워지고 말을 아끼게 되었다는 뜻.

3. 쉰살은? - 50세, 쉬어버린 나이.

4. 목쉰 나팔은? - 나이 들어 듣기 사나운 말을 하는 입. 사라져야 할 입

5. 다릅나무 -

6. 새들이 내는 다른 소리란? - 다릅나무는 다름나무? (다른나무). 그래서 새들이 다른 소리를 낸다.

7. 나뭇잎들이 다르고 새들의 입이 다르다? - 동음이의어, 펀(말장난). 나뭇잎은 나무의 입.


[감상]

재잘나무와 다릅나무, 마흔살과 쉰살, 사라진 입과 목쉰 나팔. 비교와 대조, 언어유희를 동원하여 재미있는 시를 썼다. 언어유희는 천양희 시인의 특기인 것 같다. 재잘나무는 재잘대는 새 때문에 재잘나무다. 갈참나무에 앉아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들어보자. 즐겁지 않은가? 그런데 쉴새 없이 재잘대는 사람의 소리는 지겹다. 50이 되어서도 쉰 목소리로 재잘대는 소리는 어떨까? 40이 되면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불혹의 나이가 아닌가.


*천양희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2006.8.05.) 17쪽


*다릅나무 :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낙엽활엽 교목. 산에서 자란다. 높이는 15m에 달한다. 나무 껍질은 엷은 녹갈색이고 광택이 있다. 잎은 어긋나며 홀수 1회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타원 모양 또는 긴 달걀 모양이며 길이가 5∼8cm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 부분이 둥글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목재는 결이 아름답고 무거우며 질겨서 기구재·기계재·차량재·농기구의 자루·땔감 등으로 쓰인다. 한방에서 가지를 양괴라는 약재로 쓰는데, 관절염에 물을 넣고 달여서 복용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중에서


더위가 혹독하여 가만히 있어도 땀이 스며 나오는 한여름 절정, 꽃이 가장 귀한 시기다. 그러나 고요한 산골짜기에 넘칠 듯 많은 하얀 꽃무더기를 이루는 다릅나무가 있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흰꽃이지만 꽃이 귀한 7~8월에 핀다. 높이 15m 정도 낙엽활엽 교목의 콩과 다릅나무속이다. 꽤 예리하고 엄청난 가시의 위엄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엄나무나 단아한 수형과 다양한 쓰임새로 액막이하는 회화나무처럼 독특한 냄새로 귀신과 병마를 쫓는 벽사목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잎은 회화나무나 아까시나무를 닮았고 열매는 아까시나무를 닮았다. 어릴 때는 큰 나무 아래서 잘 자라며 점점 성장하면서 햇빛 요구도가 높은 양수로 변하고 생장생육이 빠르다. 원예 및 조경용으로 관상가치가 높은 식물이며 나무가 단단하면서 심재와 변재가 뚜렷하여 목각인형, 목걸이 같은 장식용 세공물로 이용한다. 나뭇결과 무늬가 아름다워 목재로써의 가치도 높이 평가받는다. 쓰임새는 회화나무처럼 꽃은 차로, 수피는 염료로, 가지는 관절치료제로 쓰인다.

내한성, 내음성, 내건성이 강하고 비교적 대기오염에도 잘 견딘다.

〈도움말-생명의숲국민운동〉




[더 읽고 싶은 시]


시인의 말(91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한 시인이 있다 빨래집게가 어쩌다 아이 속옷을 잡고 있는

은 이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날이라고 말한 시인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풍경엄마가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책 읽어주는 것이라고 말한 시인이 있다 아이의 웃음이

세상에서 가장 환한 꽃이라고 말한 시인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간이 어머니 자궁에서 나와

최초로 터뜨리는 울음이라고 말한 시인이 있다


은목서 꽃향기처럼 만리나 멀리

스며나갈 시인의 말이여


[감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은 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 빨레집게에 아이의 속옷의 잡혀 있는 날이 가장 눈부신 날. 엄마가 무릎에 아이를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평화로운 풍경. 아이의 웃음이 가장 황홀한 꽃. 인간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와 최초로 터뜨리는 울음이 가장 위대한 시!

가장 아릅답고, 눈부시고, 평화롭고, 황홀하고, 위대한 것은 아이와 관계 있는 것!! 이렇게 말하는 시인의 말은 은목서 향기처럼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것.

-별똥별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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