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기
2008. 10. 7. 17:51
처용과 기독교 | |
그런데 이번에는 이 ‘복무규정 4조 2항’을 기독교 측에서 역이용하고 나섰다. 41년 째 거행되고 있는 울산의 ‘처용문화제’를 문제 삼은 것이다. 울산시 기독교연합회와 울산시 교회협의회, 울산시 성시화(聖市化) 운동본부, 울산문화연대 등 4개 단체가 “울산시가 처용문화제에 세금을 지원함으로써 무당인 처용을 믿고 따르는 특정 종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처용문화제 지원 관련 조례를 폐지하지 않거나 다른 명칭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으로 울산시 관계자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불교인도 아니다. 그러나 누가 어떤 종교를 믿든 서로의 종교를 인정해주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날 불교사찰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 승려도 있었다. 또 부처님오신 날 사찰을 방문하여 축하해준 가톨릭 신부도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왜 유독 개신교만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가? 시골 학교 교정에 세워둔 단군상(檀君像)을 훼손한 일이 있었고, 동네 입구에 서있는 천하대장군을 도끼로 찍는 일도 있었다. 우상숭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부 몰지각한 개인의 소행으로 보아 넘길 수 있지만 처용문화제의 경우는 다르다. 개인이 아니라 기독교 단체가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처용문화제를 ‘특정 종교 활동’으로 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신라 향가인 「처용가」에서 유래된 처용희(處容戱)는 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궁중과 민간에서 널리 행해져온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이다. 처용과 처용가에 대해서는 이설(異說)이 많지만, 아내를 빼앗긴 사내의 원한과 슬픔을 춤과 노래로 승화시켜 역신(疫神)을 감동시킨다는 내용의 처용희를 ‘특정 종교 활동’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41년간이나 지속되어온 처용문화제를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고발하겠다는 것은 얼핏 불교계로부터 받아온 그동안의 시달림을 엉뚱한 대상에게 앙갚음 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 헌강왕이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을 만난 곳이 지금의 울산시 남구 개운포이다. 그 후 그곳에 있는 바위를 처용암이라 이름하고 이를 울산의 상징으로 삼아 해마다 처용문화제를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처용설화의 발원지인 울산에서 처용문화제를 개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더구나 처용가와 처용설화는 국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문학유산이다. 그런데도 기독교 측에서 이를 트집 잡고 나선 연유를 이해할 수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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