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으로 세상보기 2007. 6. 19. 12:24

술을 마신다 / 김성중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고향의 벗들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절은 저만치 흘러갔고, 직장 동료들과는 아주 가끔 만난다. 동호인들의 모임은 대개 한 달에 한 번쯤, 대학친구들은 석 달에 한 번씩 만나고, 아 가끔씩 만나는 제자들이 있군. 그리고 집안 행사에서 가금씩 마시고, 집에서 반주로 소주 몇 잔을 마시던가, 늦은 시간 맥주 두어 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술을 한 번 마시면 코가 비뚤어지게 마시려고 하는 버릇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술을 마시면 세상이 온통 내 세상이 된 듯하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세상과 친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수양이 부족하다. 물론 도를 닦고도 싶지만 인생이 밋밋할 것 같기도 해서 피하는 중이다. 이참에 인생이 무엇인지 탐구해보려고 한다. 이 우주에 한 생명으로 태어나 이날까지 살아왔다면 나도 무언가 존재의 이유를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선생으로 살아가는 삶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니 시시하기도 하다. 인생이 시시하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인생의 참뜻을 정확히 안다고 할 수 없다. 어마어마한 우주의 대기획을 어찌 내 아둔한 머리로 알 수 있단 말인가? 내 몸의 세포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무엇을 알겠느냐만,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따지다 보면 무엇인가가 나오지 않을까?


술을 마신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술이 좋아서라고 말해야지. 술을 좋아하는 이유야 우리 선배들이 다 말해버렸고, 나는 그냥 좋아라고 말할 수밖에.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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