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2008. 3. 21. 23:12

차차설(借車說)

김성중




제주공항에 내려서 곧바로 차를 빌렸다.

이틀 동안 쓰는데 아주 비싼 보험도 들었다.

수학여행 사전 답사를 해야 하는 나는

자동기어변속장치를 달고 있는 차를 인수해서

슬금슬금 제주공항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난생 처음 자동기어차를 운전하는 나는

거북이보다 더 느리게 바퀴를 굴리지만

이틀이 지나면 원래 주인인 렌터카회사에

원래대로 이 차를 돌려주어야 한다.


기름이 가득 채워진 아반떼 새 차

겨우 이만 킬로미터를 달린 새 차를 몰면서

제주도 이 곳 저 곳을 헤집고 다니다가

문득 광주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열세 살이나 먹은 늙은 애마 세피아를 생각한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빌린 차를 되돌려주며

내 인생도 되돌려주어야 할 때는 미련 없이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빌린 차도 손에 익어서 마침 탈 만한데

돌려주어야 하듯이…….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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