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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이 운다 / 이미선

추월산 2006. 9. 25. 22:40

자궁이 운다

이미선

혈관이

긴 대롱을 물고

막소주를 들이킨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온 사지가 잠든 밤중에도

고량주 한 잔과

위스키 한 잔에

손바닥 발바닥까지 해당화가 핀다

너무 깊이 감춘 탓일까

나팔관 속 콩돌 같은 외로움

농익은 꽈리 되어

골반 속에서 터져 버렸다

퍽퍽 우는 자궁,

해일이었다

백중사리였다

긴 대롱을 물고

다시 막소주를 마신다

혈관이 취한다

자궁이 취한다

꺽꺽, 젖꼭지도 오래 취한다

[문학과경계] 2006년 가을호(통권 22호)

*이미선 : 1963년 전북 김제 출생. 고양시문인협회 이사. 경의선 문학회 부회장. 시집으로 [복숭아꽃과 아주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