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걸레 / 노창수

추월산 2007. 1. 2. 19:11

걸레

노창수

빨아 쥐면

생활은 늘 헤엄치기

먼지 속 살붙이 몇 올쯤 떼어놓고

물 대야에 머릴 묻고 울어야 하는

비틀린 늑골 함께 헤엄치기

울다가 소리치면

마주 걸어 지도에도 없는 길을

밝은 시야 한 뼘씩 트듯

살짝살짝 젖히고 가야 하는

진창길 너의 맨발

눈여겨보지 않아도 다 아는

방문 안 미로부터

앉은걸음 능숙히

그래 세간 살림 옆구리에 되살아오는

열망의 빛 하나하나에

수줍음을 켜고

소망을 되쏘이는 거울 위에도

종소리처럼 둥글게

둥글게 헤엄치기

죽어서는 들려오는

마른나무 끝

햇살 퍼지는 마당에

너의 뼈 말림의 가지런한 소리

소중했던 때도 벗어버리고

이젠 약속처럼

흐린 음악 몇 굽이 닦아내기 위해

바람이듯 물결이듯 흔들거려

한줌 털어 비우는 손 무게

또는 그렇게 비우며

비우며 만져 가기.

*노창수 시집 [배설의 하이테크 보리개떡](미래문화사, 200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