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여름 나무 / 김성중

추월산 2007. 6. 20. 13:21

여름 나무 / 김성중


푸르다는 말만으로 여름 나무를 말할 수 없다.
봄에 연두색 잎을 수줍게 내밀던 나무가
여름엔 억세고 빛나는 잎을 훈장처럼 흔드는데
그 이유를 광합성 작용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수액을 저 깊은 실뿌리로부터 우듬지까지 빨아올릴 때
나무가 진저리치는 것을 본다.
나무가 수액을 빨아올리는 그 놀라운 힘!
그 푸르던 잎들이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아주 큰 그림자를 만들 때 온갖 생명들이
여름 나무의 그늘을 찾아오는데도
여름 나무는 귀찮아하지도 않는다.
여름 나무의 공덕을 말하면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커다란 나무 밑에 구멍을 뚫고

칠 년인가를 꾸무럭거리던 매미가

드디어 땅껍질을 깨뜨리고 나선
나무꼭대기로 올라가다가 허물을 벗는 황홀한 순간!
여름 나무의 그 짙고 푸른 나뭇잎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여름 나무는 자신을
우리들에게 과시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