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천불난다 / 김성중

추월산 2007. 9. 6. 23:13

천불난다

김성중



선생이 수업을 하고 있으면

장난을 치는 녀석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선생이 계속 수업을 진행하면

조는 녀석들이

둘 셋 늘어나고

조금 더 수업을 진행하면

어떤 놈이 옆 친구를 건드리고

다른 놈이 앞 친구를 발로 차고

희한하게 걸어다니며

친구를 괴롭히는 놈도 있고

아예 엎드려서 자는 척 하는 놈도 있다.

중학교 1학년 교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선생을 뚫어져라 쳐다보아야 할

내 마음의 아이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질문을 하면 생뚱맞은 얼굴로 ‘예?’하거나

우스개 소리를 하면 그냥 막 나가는 교실에서

성인군자도 아닌 선생이

똥폼을 잡아도 웃기고

그냥 뻘쭘하게 서 있어도 어색하고

허벌나게 욕을 하거나

회초리로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때려도

돌아오는 건 허탈과 자괴.

교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멋진 수업을 진행하고 싶어도

수업 결손 아이들에게 수준별 개별학습을

시켜야 하는 부담이 교사를 얽맨다.


수업 중에는 닭병에 걸려

맥을 못 추던 아이들은

끝종만 울리면 물 만난 고기이고

선생이 필요 없고 학교도 필요 없는

세상이 올 거라는 소문은 무성한데

교사는 안정된 직업이라고 욕심을 내면서

수업 한 시간에 십년은 늙어가는

천불나는 선생의 넋두리를

세상 사람들은 호강에 초쳤다고 할 것이다.


못하겠으면 나와부러

내가 헐 것잉께!

줄 서서 기다리는 예비교사들이

허천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