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어떤 산행 / 김성중

추월산 2009. 11. 13. 16:55

어떤 산행

김성중


밤새도록 불을 끄지 못하는 도시

밤새도록 먹어대는 도시

밤새도록 환락을 좇는 도시

밤새도록 책을 뒤적이는 도시


도시에서 찌들어 살다가

산에 가는 사람들의 옷이 화려하다

형형색색의 등산복과 등산화와 등산모

저마다 지팡이 하나씩을 짚고서

배낭을 짊어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올라가서는 잠시 머물다가

곧바로 내려올 줄 뻔히 알면서도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른다


증심사지구를 지나서 약사사

새인봉 삼거리에서 서인봉을 올라

중머리재에서 바라보는 중봉

용추삼거리에서 곧장 장불재에 오르니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

입석대 서석대가 눈앞이고

멀리 규봉암과 화순 이서


입석대 코 앞에서 바라보는 주상절리

그 누가 이렇게 멋진 육각형 돌기둥을 깎았을까

서석대에서 손에 잡히는 천왕봉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무등산 옛길로 내려간다

가다가 중봉을 들렀다가 늦재를 거쳐

원효사지구에서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인 뒤

무등산 옛길 바윗길을 따라 산수동까지 내려간다


내 발은 저절로 걷고 있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빈약한 근육들의 반란에도

내 의지는

끝내 무등산 옛길을

다 걷고야 말았으니


사람들은 산에 올랐다가

내려올 줄 안다

숱한 등산화에 찍히고 밟히고서도

저 무등산은 의연하게 서 있다

나는 다시 도시의 소음에 절어서

호프잔을 기울이며 밤을 지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