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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08.31 :: 하멜 그 사내
추월산의 시 2006. 8. 31. 20:15
황사/ 김성중


황사가 날아온다
지독한 놈이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황해를 건너
한반도까지 쉬지 않고 날아온다
황사가 부옇게 하늘을 덮는 날은
머리가 아득하다
이놈은 아무 곳에나 내려앉아
세상을 온통 지저분하게 한다
이놈은 반겨줄 이 없는 이 곳에
해마다 어김없이 날아와
저주받을 놈이 되고야 만다
황사가 하늘을 덮는 날
잿빛처럼 뿌연 우리의 미래를
열심히 생각한다, 우울하게
황사는 불청객
황사는 고집불통
고비사막에 나무를 심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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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8. 31. 20:13
문학선생 / 김성중



문학이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윤활유와 같은 것이고
또한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
그리고 삶의 지혜를 주는 것이다.
목에 힘을 주고 침을 튀기면서 개나발을 떨고 있을 때
아이들은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듯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다.
문학이 무엇인지
참뜻도 모르면서 씨부렁거리는
한심한 문학선생을
아이들은 비웃고 있겠지.
대체 당신은 시를 몇편이나 써 보았소라고 물어오면
난 시를 쬐금 읽어 보았지
수줍게 얘기하는
그래도 양심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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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8. 31. 20:10
여름 나무 / 김성중



푸르다는 말만으로 여름 나무를 말할 수 없다.
봄이 되면 연두색 잎을 수줍게 내밀던 나무가
여름이 되면 억세고 빛나는 잎을 훈장처럼 흔드는데
그 이유를 광합성 작용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수액이 저 깊은 실뿌리로부터 우듬지까지 빨려 올라갈 때
나무가 온몸을 진저리치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나무가 수액을 빨아올리는 그 놀라운 힘을 사람들은
알고도 모른 체하는 것일까?
그 푸르던 잎들이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아주 큰 그림자를 만들 때 온갖 생명들이
나무의 그늘을 찾아오는 것을
나무는 귀찮아하지도 않는 거야.
여름나무의 공덕을 말하면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커다란 나무 밑에 구멍을 뚫고 몇 년인가를 살아 숨쉬던
매미가 드디어 땅껍질을 깨뜨리고 나선
나무꼭대기로 올라가다가 허물을 벗는 장관을
모른 체 할 수는 없을 거야.
여름나무의 그 짙고 푸른 나뭇잎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줘도
여름나무는 자신의 삶의 의의를
우리들에게 과시하고 있는 거야.(200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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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8. 31. 20:01

하멜 그 사내

김성중

파란 눈의 하멜이 대정 앞 바다에서
울고 있다. 스페르베르호는 암초에
부딪쳐 박살났고
벗들은 모래 속에 파묻혀 신음하는구나.
네덜란드 상선의 선원이었던
그대가 은둔의 땅 조선에 갇혀 있구나.
1653년 효종 임금 북벌을 준비하던 때
이완 대장의 어영청에
그대들 의장대에 뽑혀
임금의 위세를 뽐냈구나.

전라도 강진 병영
700년 묵은 은행나무
옛 자취를 뽐내는데
서녘 하늘을 바라보던 그대의
눈물 젖은 눈동자를 바라보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애.
조선에 묶인 지 13년
제주에서 해남을 거쳐 서울로 갔다가
전라도 강진으로 여수로 옮겨다니며
고향 갈 날만을 기다리다가
어선을 한 척 사서 그대는
일본 나가사키로 도망을 쳤구나.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그대가 표류했던 대정 앞바다에는
하멜 표류 기념비가 서 있고
그대는 몰랐지만
뺐기기만 했던 동양은 아직도
생채기가 아프단다.

-2004년 초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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