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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의 시 2006. 9. 7. 16:10

아내여

김성중


아내여
내게 무얼 기대하지 마오
나는 배반을 밥먹듯 하는
믿지 못할 짐승
그대의 순한 맘 다치지 않으려면
내게 무얼 기대하지 마오

구름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인생
미련도 설움도 남기지 않겠소
그냥 이대로 살게 놔두시오
제발 그냥 놔두시오
쥐스킨트의 좀머씨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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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9. 7. 16:07

족발집에서

김성중


사람들은 족발이 맛있다고 아우성이다.
비법이 무엇이냐고 자꾸 물어온다.
족발을 삶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족발집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기름기를 쪽 뺀 돼지 족발은 군침을 돌게 한다.
족발집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옆집 통닭집에서 생맥주를 한 잔씩 마시며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면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족발집 족발에 무슨 비밀이 있기에 사람들은
저리도 열광하는 것일까?
하나족발
운암동 운암3단지 앞
코딱지만한 가게
전화가 걸려오고 주문을 받고
스쿠터를 타고 산동교 너머 양계장까지
찬바람을 뚫고 배달을 나가던
1989년은 아득한
추억의 시절
해직의 시절.(200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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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9. 7. 16:03
요즘

김성중

어떠한가요, 우리 아이들.
학교 잘 다니고 있나요?
수능 등급제는 무시험 전형이 아니다.
과외 금지 해제는 공교육 포기선언이다.
고액과외가 성행할 것이다.
시험 잘 봐서 좋은 대학 들어가서
좋은 직장 잡아서 결혼 잘 해서
잘 먹고 잘 살아라 내 아들 내 딸.
허리띠 졸라매고 과외공부 시켜야지.
귀여운 아들 딸의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나야 괜찮아유, 증말 괜찮아유, 니미럴
자식 똥구멍에 다 쑤셔 박고
내게 남은 건 빈 주먹 앙상한 가슴 뿐
가시네 꽁무니만 쫓아 다니는 꼴하고
에라, 무자식이 상팔자라.
알아서 공부하라고 혀!
내일은 무슨 일이 생길까?
하루살이처럼 겨우 겨우 하루를 때우고
통나무 쓰러지듯 잠자리에 쓰러지면
쓰잘데 없는 꿈은 잠을 못 살게 굴고
아침해는 어김없이 떠오르고
출근길이 천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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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9. 7. 15:54

벗1
-임용민


김성중

그때 너는 앉아 있었지
내 옆자리에 앉아
오줌을 참고 있던 너
고3까지 앉아만 있었구나.

이철규가 제4수원지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1989년
나는 보았지 남광주에서
서 있는 너의 모습을

몇 번이나 넘어지고 깨어졌을까
아버지 자전거에 실려 등하교하고
화장실에 안가려고 물을 안마시던 네가
목발을 짚고 서 있구나

용민아,
중국에 유학간다던 네가
땅에 묻혀 있다니
서강전문대 후문에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너를 전송했는데

동림동 장애인 복지관에서
네 소식을 들었을 때
아, 이 허전함

장애인용 오토바이를 타고
운암동 하나족발을 찾아오곤 하던
너의 모습이 생생한데

용민아, 너는
장애를 웃음으로 대했는데
수술받다가 그만 너의 짧은
삶을 마감했구나
1995년 여름이나 가을쯤이었지

이제 너의 영상이 흐릿해지는데
벗이여, 육신은 썩어도
너의 맑은 영혼은 영원히
내 가슴에 남아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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