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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0 :: 타조
  2. 2012.04.02 :: 집에 가라 2
  3. 2012.04.02 :: 내 지문을 못 읽는 지문인식기
  4. 2012.04.02 :: 종이묶음틀 3
추월산의 시 2012. 4. 20. 17:58

타조

김성중

타조는 성큼성큼 걸어간다.

만이천오백미터를 긴 다리로 걸어간다.

날개를 펴지 않고 오로지 발로써 걸어간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지금 이 순간

타조는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긴장하고

흥분하고

빛고을 독서마라톤 대회

타조는 책갈피를 쪼아대며

이 산 저 산 해찰을 하면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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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2. 4. 2. 23:02

집에 가라

김성중

자습하기 싫은 놈은 집에 가라

발 닦고 잠이나 자라

아니에요

학교에서 놀래요

집에 가라

학교에 있을래요

그래라 그럼

집에도 못가고

엄마 아빠

눈치만 보는

아이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아이들

구부정하게 서 있는 아이들

미래의 동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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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2. 4. 2. 23:01

내 지문을 못 읽는 지문인식기

김성중

처음에는 잘 읽더니 언제부턴가 ‘오류입니다. 다시 시도하십시오.’라고 기계음이 반복된다. 몇 번이나 다시 검지를 기계의 주둥이에 집어넣어도 들려오는 소리는 똑같다. 다른 사람들은 잘도 인증하면서도 나만 인증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기계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못하면 컴맹

스마트폰을 못하면 폰맹

지문인식기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는

유령

허깨비

도플갱어

초과근무수당 몇 푼 받으려고

기계 앞에서 비굴하게 몇 번이고

집게손가락을 구부렸던 나는

겁쟁이

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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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2. 4. 2. 23:00

종이묶음틀

김성중

호치키스를 우리말로 바꾸어서

종이묶음틀이라고 불렀는데

17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라 부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내 자식이 공부만 잘하고

명문대학만 가면 다 된다면서

우열반을 만들어라

수준별반을 만들어라

심화반을 만들어라

기숙사를 만들어라

문제풀이 선수반을 만들어라

앵무새가 되었다

서로 함께 배우고 서로 나누며 성장하는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원하는데

인성과 지성이 조화를 이룬 학교

들꽃을 사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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