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2006. 8. 31. 20:01

하멜 그 사내

김성중

파란 눈의 하멜이 대정 앞 바다에서
울고 있다. 스페르베르호는 암초에
부딪쳐 박살났고
벗들은 모래 속에 파묻혀 신음하는구나.
네덜란드 상선의 선원이었던
그대가 은둔의 땅 조선에 갇혀 있구나.
1653년 효종 임금 북벌을 준비하던 때
이완 대장의 어영청에
그대들 의장대에 뽑혀
임금의 위세를 뽐냈구나.

전라도 강진 병영
700년 묵은 은행나무
옛 자취를 뽐내는데
서녘 하늘을 바라보던 그대의
눈물 젖은 눈동자를 바라보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애.
조선에 묶인 지 13년
제주에서 해남을 거쳐 서울로 갔다가
전라도 강진으로 여수로 옮겨다니며
고향 갈 날만을 기다리다가
어선을 한 척 사서 그대는
일본 나가사키로 도망을 쳤구나.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그대가 표류했던 대정 앞바다에는
하멜 표류 기념비가 서 있고
그대는 몰랐지만
뺐기기만 했던 동양은 아직도
생채기가 아프단다.

-2004년 초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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