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2012. 6. 22. 16:46
터미널 생각
김성중
터미널은 세상의 시작이며 끝이다.
터미널에 가면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시외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시절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음박질치던 시절
대인동 시외버스 터미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지.
그날 나는 아버지의 위장약을 사가야만 했는데
선배라며 나타난 사내와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위궤양에 좋다는 단방약 이야기를 들었지.
그 사내에게 약을 살 돈 만 원을 빌려주었어.
약속한 날 문학부 벤치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선배라던 그 사내는 오지 않았고
나는 바보 같은 나를 저주했어.
나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스무 살이었어.
오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세상 물정을 모르던 그때가
차라리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들어.